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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2023) 한줄평
초호화 스케일에 못 미친 디테일(★★★★)
공연 정보
- 공연 기간: 2023년 1월 12일 - 2023년 3월 26일
- 공연 시간: 165분 (인터미션 20분 포함)
- 관람 등급: 8세 이상
- 티켓 가격: R석 17만원, S석 14만원, A석 11만원, B석 8만원
- 공연 장소: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매표소: 1층, 객석: 1~4층)
※ 주차 안내
줄거리*
불멸의 음악, 불멸의 사랑
19세기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루드비히 반 베토벤은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 속에서 자란 아픈 과거를 지우지 못한 채,
사랑과 사람을 불신하며 외롭게 살아간다.
갈채와 환호를 받던 그의 음악과 달리 차가운 시선과 냉소적 수식어만이 붙었던 그는,
자신을 무시하고 비웃던 귀족들에게 사과 받고자 킨스키 군주를 찾아간 자리에서
우연히 토니 브렌타노를 만나게 된다.
사랑을 믿지 않는 베토벤과 한번도 사랑을 느껴본 적 없는 토니는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된다.
베토벤은 청력을 상실한다는 불치병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지지만,
토니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를 전하며 폭풍 같은 사랑의 감정을 키우게 된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이었던 그들의 비밀스러운 관계는 폭로되고,
토니는 자신의 가족이 상처받을까 두려워 베토벤과의 만남을 거부하게 된다.
사랑하는 토니를 잃은 베토벤은 마침내 청력을 상실하게 되고,
어두운 악상의 그림자만이 삶에 드리우게 되는데…
작품 이모저모
- 뮤지컬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프리다>를 제작한 EMK의 다섯 번째 창작물
- 독일어권 뮤지컬을 대표하는 극작가 미하엘 쿤체 &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전작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와 7년 동안 작업하였고,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무대를 구성
- 편곡한 베토벤 작품 52곡을 뮤지컬 넘버로 활용 & 공연에는 배우 52명이 출연
- 극의 모티프는 베토벤이 정체불명의 '불멸의 연인'에게 부치치 못한 편지 세 통(사후에 발견)이며, 배경은 베토벤 생애의 절정기였던 1810~1812년
- 2023년 전세계 최초 한국 공연
관람 일시 및 좌석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자리 꿀팁)
관람 일시 | 2023년 2월 9일 (수) 7:30pm |
좌석 | 1층 B블록 5열 6번 (R석) |
배치도 |
베토벤 좌석
- 일반적으로 중앙 블럭 5열이면 무대와 가까운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번엔 무대가 저 멀리 있었다. 한가운데라서 다 잘 보이긴 했지만, 중앙 블럭 5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에 이번 좌석 만족도는 중하다.
- 여러 장소를 나타내기 위해 무대를 겹겹이(열리는 문 - 무대 세트 - 영상 배경) 깊게 사용한다. 그래서 가뜩이나 무대와 객석 사이가 먼데, 거리감이 더 생긴다. 배우들 동선은 무대 좌우를 균형있게 쓰려고 한 티가 났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 예술의 전당은 여러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페라극장은 오페라하우스 안에 위치하고 있다. 오페라극장은 국내 최초의 오페라, 발레 전용 극장으로 1~4층에 걸친 관람석이 2,283개다.
- 예술의 전당 입구(1층 같은 지하 1층)로 들어가서 좌측 원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다. 그걸 타고 올라가야 건물 1층에 도착한다. 매표소 및 객석 1층이 있는 곳이다. 매표소 창구는 3개, 무인발급기는 3대, 주차 요금 사전 정산기는 5대가 있다.
- 오케스트라 피트에 OP석이 있는 게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광활한 면적을 차지하고, 그 뒤에 OP석이 자리한다. OP석은 1열과 2열 사이에 단차가 없다. 또한 무대의 높이 및 배우의 동선에 따라 시야가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 1층 1열부터는 단차가 있긴 한데 앞쪽일수록 미미하다. 좌석 배치도 지그재그가 아니다.
- 2~4층 앞쪽에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어 시야 제한이 발생할 수 있으니 예매 시 유의해야 한다.
사전 체크인 및 입장
- 사전 체크인을 하면 모바일로 티켓이 발급되기 때문에 공연 당일 표를 찾지 않아도 된다. 줄을 서기 싫다면 공연 전날 예술의 전당에서 보내주는 알림톡 링크로 들어가 공연 전까지 체크인하면 된다.
- 지류 티켓을 받고 싶다면 사전 체크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 공연장 입장 시에는 모바일 또는 지류 티켓상의 QR을 스캔해야 한다.
주요 출연진*
등장 인물 | 배우 | 인물 설명 |
루드비히 반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유명한 독립 예술가 엄격한 도덕성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명예를 중요시하여 관습에 강요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기에, 까칠하고 냉정한 모습을 앞세워 자신의 부족한 자신감을 숨기고 오직 자신의 예술성만 의지하며 내세울 뿐이다. 청각을 점점 상실해가며 두려움에 휩싸이고 그의 삶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
|
안토니 브렌타노 (Antonie Brentano) |
우아하고 매력 넘치는 예술을 사랑하는 여인 멀리 떨어진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연상의 은행가 프란츠와 16세에 정략 결혼했다. 귀족이었던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비엔나에 머물던 중, 우연히 베토벤을 만나 행복을 모른 채 살아온 위태로운 마음이 치유됨을 느낀다. 위대한 예술가가 아닌 인간 베토벤의 내면의 상처와 외로움에 깊이 교감하며 그를 통해 그동안 그리워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
|
카스파 반 베토벤 (Kaspar Van Beethoven) |
예술가인 형을 헌신적으로 돕는 베토벤의 동생 천성적으로 정직하고 순진한 성격을 가진 소유자로 여러모로 자신보다 뛰어난 형의 천재성을 동경하며 사랑한다. 요한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자, 베토벤은 그녀의 평판이 나쁘다며 그들의 사랑을 반대한다. 베토벤보다 일찍이 사랑의 힘에 대해 깨달은 카스파는 여전히 형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이에 맞서기로 결심하고, 형제는 각자의 길로 흩어지게 된다. |
|
프란츠 브렌타노 (Franz Brentano) |
토니의 남편이자 성공한 은행가 너그럽고 다정한 가장이지만, 삶의 우선순위가 은행인만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자신의 평판을 유지하는 것에 몹시 신경 쓰며, 자신과 가족 누구도 부르주아적 관습에서 벗어나는 것과 깊은 감정에 대해 허용하지 않는다. 올바르고 존경받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아내를 예술가에게 빼앗기는 것을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
|
베티나 브렌타노 (Bettina Brentano) |
자연과 사랑에 대해 시 쓰기를 좋아하는 여성 어린 시절 독일의 가장 위대한 시인인 괴테에게 보낸 편지로 유명해진 그녀는 로맨틱한 시인들과 성장하며 낭만주의 시인의 꿈을 갖고 있다. 토니와 함께 비엔나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가 베토벤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지켜보게 되고 토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시에 친오빠 프란츠의 결혼생활이 망가질 것을 우려해 토니를 배신하고 오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된다. |
|
밥티스트 피초크 (Baptist Fitzok) |
인간의 약점과 욕망에 대해 꿰뚫고 있는 변호사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여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여 강자는 설득하고 유혹하는 반면, 약자에게는 오만과 냉담함으로 위협한다. |
- 베토벤 역의 박은태 배우는 김문정 음악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섬세한 감정 연기로 환희에 찬 목소리나 분노를 여러 색깔로 표현'한다. 목소리가 미성인데, 여린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다가 고음에서 진성으로 지를 때 카타르시스를 맛봤다. 그런데 윤공주 배우와 목소리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영혼 없는 베토벤 연기는 처음에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보다보니 적응이 됐다. 배우의 호리호리한 몸집은 신경질적이고 사회성 없는 베토벤의 특징을 부각시켰다.
- 안토니 역의 윤공주 배우는 초반에 무척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데, 뒤로 갈수록 안정을 찾았다. 진주 귀걸이가 얼굴의 일부인 듯 잘 어울렸다. 박은태 배우와의 목소리 합은 서로 섞이지 않는 색깔 같아 아쉬웠다.
- 베토벤의 주변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이 제일 인상 깊었다. 카스파 역의 김진욱 배우는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좋았다. 최지혜 배우의 베티나는 잔망스러웠고, 튼튼한 발성과 고운 음색이 눈길을 끌었다.
뮤지컬 베토벤 넘버
ACT 1 | ACT 2 | |
1 | 사라져 가 (교향곡 7번 2악장. Menuetto. Op.92) |
상류층 3 (교향곡 6번 3악장. Op.68) |
2 | 상류층 1 (교향곡 6번 3악장. Op.68) |
용납 못해 & 그저 나니까 2 (교향곡 4번 1악장. Op. 60 & 피아노 소나타 23번 3악장. Op.57) |
3 | 그저 나니까 1 (피아노 소나타 23번. Op.57) |
돈에 대한 사랑 (피아노 소나타 14번 3악장. Op.27/2) |
4 | That's him underscore (교향곡 5번 2악장. Op.67) |
매직 문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 |
5 | 나와 요한나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Op.53) |
Magic moon underscore (피아노 소나타 14번 Op.27/2: "월광") |
6 | 제발 죽지 마 (고향곡 5번 4악장. Op.67) |
그것은 사랑 (미뉴에트 G Major, woO 12/2) |
7 | 난 해냈어 (피아노 소나타 4번 3악장. Op.7) |
비밀의 정원 2 (바가텔 25번 A Minor, "엘리제를 위하여" woO 59) |
8 | 네 마음 속 음악 (교향곡 5번 4악장. Op.67) |
사랑은 잔인해 1 (피아노 소나타 8번 2악장. Op.13) |
9 | 취소 (코리올란 서곡 Op.62) |
아주 오래 전 먼 옛날 3 (피아노 소나타 8번 1, 3악장. Op.13) |
10 | 아주 오래전 먼 옛날 1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 1, 3악장 Op.13) |
잘 가 절망이여! (피아노 협주곡 3번 2악장. Op.37) |
11 | 괜찮아 난 (피아노 협주곡 5번 2악장. Op.73) |
낯선 사람들 2 (피아노 소나타 16번 1악장. Op.31/2) |
12 | 음악은 신성해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Op.53) |
누구나 사랑을 원해 (피아노 소나타 17번 Op.31/2) |
13 | 어쨌든 사랑 (피아노 소나타 17번 Op.31/2) |
불꽃놀이 1 (교향곡 9번 2악장. Op.125) |
14 | 눈이 멀어 1 (미뉴에트 G Major, woO 12/2) |
고백 (피아노 소나타 4번 3악장. Op.7) |
15 | 그녀를 떠나보내 (코리올란 서곡 Op.62) |
불꽃놀이 2 (교향곡 9번 2악장. Op.125) |
16 | He'll be back underscore (미뉴에트 G Major, woO 10/2) |
Toni and Julia undersocre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 1, 3악장. Op.13) |
17 | 서부의 사냥꾼 & 상류층 2 (소나타 8번. 1, 3악장. Op 13 & 교향곡 6번 3악장. Op.67) |
결혼이란 게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Op.53) |
18 | 비밀의 정원 1 (바가텔 25번 A Minor, "엘리제를 위하여" woO 59) |
어떤 여자 못봤나요? (피아노 소나타 23번 3악장. Op.57) |
19 | 모든 병에는 치료법이 있기 마련 (피아노 소나타 26번. Op.81a) |
사랑은 잔인해 2 (피아노 소나타 8번 2악장. Op.13) |
20 | 미쳤나 봐 & 진실 앞에서 & 거짓말!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 & 교향곡 7번 2악장 & Op.92, 코리올란 서곡 Op.62) |
눈이 멀어 2 & 우린 형제야 2 (미뉴에트 G Major, woO 10/2 & 피아노 소나타 3번 2악장. Op.2/3) |
21 | 내 운명 앞에 나 (피아노 소나타 Op.110) |
너의 운명 2 (교향곡 5번 Op.67) |
22 | 곳곳에 사랑이 & 대화 (교향곡 6번 F-Major & 5악장. Op.68) |
피날레 (교향곡 5번 1악장. Op.67 & 교향곡 7번 2악장. Op.92 & 교향곡 9번 4악장. Op.125) |
23 | Flute theme underscore (교향곡 3번 4악장. Op.55) |
|
24 | 천둥 번개 & 자유롭게 (교향곡 6번 F-Major 4악장. Op.68 & 코리올란 서곡 Op.62) |
|
25 | 아주 오래전 먼 옛날 2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 1, 3악장. Op.13) |
|
26 | 낯선 사람들 1 (피아노 소나타 16번 1악장. Op.31/2) |
|
27 | 절망이여! (피아노 협주곡 3번 2악장. Op.37) |
|
28 | 우린 형제야 1 (피아노 소나타 3번 2악장, Op.2/3) |
|
29 | 가버려! (코리올란 서곡 Op.62) |
|
30 | 너의 운명 1 (교향곡 5번 Op.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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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토벤 관람평
연출
- 무대가 종합 예술이다. 예컨대 객석까지 번쩍 치는 번개와 불꽃놀이 장면(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은 조명과 결합되어서 극적이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샹들리에가 내려오면서 무대 가리개에 비치는 것도 분위기 있었다.
- 예상하지 못한 무대 공간을 사용해서 뜻밖의 재미를 선사한다. 2막 초반, 베토벤이 오케스트라 쪽으로 와서 지휘를 한다. 대담한 동선에 놀라고 있는 사이, 오케스트라 피트석에 있던 배우가 튀어나와 베토벤에게 항의를 한다(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 엔딩 맛집이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선 무대가 시원하게 개방되면서 악보가 바람에 날린다. 노래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피아노에 올라간 베토벤이 지휘하면서 고음으로 노래를 마무리할 때 핀조명이 비춘다(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전율이 흘렀다. 2막 끝자락에선 피아노가 승천할 때(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1차 충격. 베토벤이 그 위에 서서 노래할 때(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2차 충격. 무대가 크게 열려서 1막처럼 엔딩일 줄 알았는데 장례식 장면으로 전환되어서(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3차 충격. 피아노 치는 베토벤의 뒷모습으로 막을 내리는데(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결말 시점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반전이었다. 짜릿했다.
- 커튼콜이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공연의 공식 종료 시간은 10시 15분인데, 실제로는 10시 20분에 끝났다. 베토벤이 독창할 때(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끝인가 싶지만, 단체 합창(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으로 이어진다. 이제 끝인가 싶지만 오케스트라 연주가 계속된다. 베토벤은 사회성을 기른 모습으로(!) 예의바르게 퇴장한다.
- 6인의 앙상블을 베토벤의 혼령으로 투입한 것이 신박했다. 멜로딕스, 하모니, 포르테, 알레그로, 안단테, 피아노라는 이름으로 의인화된 혼령들은 극중 혼자 있는 베토벤을 따라다닌다. 베토벤이 음악을 할 때는 음악적 자아로 활동하고, 다른 때에는 처한 상황이나 심정을 몸으로 표현한다. 커튼콜에서도 베토벤 직전에 등장해서(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좋았다.
- 대자본을 쏟아부은 작품인데, 이왕이면 영상 활용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 입체감 있는 사물들은 입체감을 살렸으면 한다. 안토니가 머무는 서재의 책꽂이처럼 비엔나 정원의 장미꽃도 실물이었다면 훨씬 예뻤을 것이다. 2막 하이라이트인 피아노 승천 장면에서 공중 부양하는 양피지들도 실물이었다면 훨씬 임팩트가 컸을 것이다. 그래도 2막에선 무대 세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었다. 프라하의 강물이 영상으로 재생되었을 때 그게 끝인 줄 알고 실망하려던 찰나에 까렐교가 내려와서(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영상이 효과적이었던 연출은 출렁이는 강물, 석양, 알록달록 밝은 하늘,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배경 정도였다.
서사
-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중심으로 한 일대기를 기대하고 관람한다면 충격을 받거나 대실망할 것이다(헐, 이런 내용이었어?! 실화야?!). 괜히 뮤지컬 제목이 베토벤 'Secret'이고, 공연 포스터에 '불멸의 음악, 불멸의 사랑'이라고 적혀있는 게 아니다. 베토벤이 안토니와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위대함을 깨닫는 과정이 극의 초점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마음을 배운 베토벤의 변화도 약했고, 불륜 소재에다 이야기의 개연성이 약해서 살짝 K-막장 드라마 냄새가 나기도 한다.
- 인물들의 감정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안토니가 처음 베토벤과 사랑에 빠질 때 황당무계했다. 베토벤은 워낙 외톨이어서 공개적으로 자신을 지지해 준 안토니에게 금방 사랑을 느끼는 것이 이해됐다. 하지만 안토니는 상류층의 삶을 영위하면서, 자신이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는 가정을 가꾸고 있는 인물이고, 베토벤과의 접점이 아버지의 유산으로 갖고 있던 헌정 악보와 파티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정도여서 오잉스러웠다.
- 모든 캐릭터가 평면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베토벤은 인간 관계에 서툰 음악적 나르시시스트고, 카스파는 형과 정반대로 포용력이 넘치는 낭만주의자다. 프란츠와 안토니, 베티나는 전형적인 당시의 남성상과 여성상을 보여준다. 극과 극을 보여주는 베토벤과 카스파, 안토니와 베티나의 성격적 묘사 역시 일차원적이었다.
- 베토벤은 본인의 음악적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인물인데, 청력 손실을 입었을 때 음악가로서의 괴로움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사랑이 핵심적인 주제라고 해도 명색이 베토벤이고, 사랑을 잃은 그에게 남은 것은 음악가로서의 정체성뿐인데 너무했다.
- 눈물 포인트가 곳곳에 있다. 베토벤 형제의 경우 자신에게 등 돌린 형에 대한 애정을 포기할 수 없는 카스파,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한 베토벤, 화해한 형제, 그러나 평판도 건강도 사랑도 되돌릴 수 없게 된 베토벤의 참담한 현실(스포가 궁금하면 드래그)이 슬펐다. 불꽃놀이는 환상적이고 행복한 순간이지만, 베토벤과 안토니가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 장면 같아서 역설적으로 마음이 아팠다.
넘버
- 관극 전까지 베토벤의 곡을 주크박스처럼 사용한 뮤지컬인지 몰랐다. 베토벤이 얼마나 음악 부자인지 알 수 있다.
- 공연 내내 노래가 노래를 물고 나온다. 곡과 곡 사이의 이음새가 자연스러웠고, 원곡의 재해석이라는 관점에서 편곡이 정말 좋았다.
- 등장 인물들이 행복할 때, 내적 갈등을 느낄 때 등등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 따라 테마곡이 변주된다. 아주 친절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 웅장하고 풍성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감동 받았다.
- 창작곡답지 않게 가사가 어색하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한국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곡을 번역한 것 같았다. 그런 장면들은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를 립싱크했던 하이마트 CF가 떠올라 우스꽝스러웠다. 그리고 많은 양의 가사를 빠른 리듬에 욱여넣지 않았으면 좋겠다.
- 오케스트라 음향에 대사가 묻히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앙상블이 대거 등장하는 초반부와 후반부 단체곡에서 & 배우들이 빠르게 대사를 치거나 낮은 목소리로 읊조릴 때 소리가 뭉개졌다.
뮤지컬 베토벤, 별점 요약
연출 - 종합 예술 같은 무대 - 극적인 동선 & 엔딩 맛집 -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커튼콜 - 낮출 여지가 있는 영상 활용도 |
★★★★☆ |
서사 - 빈약한 K-막장 스토리라인 - 설득력이 부족한 감정선 - 평면적인 캐릭터 |
★★★ |
넘버 - 쉴 새 없는 노래 - 귀가 즐거운 오케스트라 연주 - 자연스러운 편곡 - 창작곡이라기엔 아쉬운 가사 및 운율 |
★★★★☆ |
주관적 만족도 평점 | ★★★★ |
뮤지컬 베토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 스케일 큰 무대를 좋아하는 관객
- 뮤지컬화된 베토벤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은 사람
- 네버엔딩 커튼콜을 보고 싶은 사람
공연 관람 전, 미리 작품과 친해지고 싶다면?
* 표시된 2023년 뮤지컬 베토벤 줄거리(전체 내용 그대로 인용) 및 작품과 관련된 사진 출처: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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